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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효원, 서복전시관
<허정분 여행기> 제주 살이...열 번째 이야기(마지막 편)
허정분

내 생애에서 가장 자유스럽고 소중했던 휴가 제주 두 달 살기가 마무리되는 주간이다. 뱃길을 이용해 먼 육지에서 나를 데리러 차량까지 가지고 온 아들네 식구와 몇 군데 더 추억에 남기려는 마음으로 돈네코 유원지와 상효원을 가는 길이다. 버스가 아닌 승용차로 다니는 길은 얼마나 편한지 버스길이 어려운 코스를 잡았다. 성판악 도로에서 돈네코 유원지로 빠졌다. 한라산으로 오르는 돈네코 탐방로 길이다. 유원지를 물으니 캠핑카가 몇 대 놓인 이곳 계곡이란다. 관리인은 계곡보다 도로 건너편 원앙폭포가 볼만하고 아름답다고 차라리 그곳으로 가보라고 추천한다.

 

▲ 원앙폭포     © 시티뉴스

 

높은 철망 울타리가 계곡으로 향하는 좌측에 원목 나무계단을 따라 보호막으로 처져있는 숲길, 새소리가 숲의 적막을 깨트리는 유일한 소리인 벼랑길을 한참을 지나자 ‘원앙폭포 300m' 란 팻말이 나온다. 그런데 내려다뵈는 계단이 지그재그형식으로 아찔한 직선코스다. 중간쯤 내려가자 바로 이 협곡아래 폭포가 있는지 힘찬 물소리가 메아리친다. 험한 낭떠러지 계단 길을 철망울타리가 끝 지점까지 동행하는 곳이다.

 

협곡 바위너덜 양쪽 사이로 내리꽂히는 얕은 폭포의 물줄기 그 아래 파랗게 부서지는 옥빛 폭포수탕에 두 줄기 합수하는 폭포를 일컬어 원앙폭포로 불렀는가 보다. <폭포 다이빙 금지>라는 현수막을 몇 개 걸어놓은 것으로 보아 여름철 이곳은 일급수의 차가운 수영장으로 알려진 피서지인 모양이다.

 

난대림 상록수가 우거진 적막강산의 깊은 협곡에 이런 비경이 숨어있다니 수만 년을 백록담 물이 흐른 계곡 널브러진 집채 만 한 바위들이 세월의 무게에 깎여 둥근 모습이다. 숲의 그늘이 키워내는 이끼류 고생대 신생대를 거쳐 오늘까지 파란 생명 줄을 이어 온 무궁함까지 품은 이 신비의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민족의 영산인 한라산이 있다. 수천 개의 오르막 계단마다 맺힌 땀방울을 씻으며 자연도 인간도 몸살을 앓고 있다는 느낌, 긴 한숨이 나온다.

 

▲ 상효원 맹종죽     © 시티뉴스

 

사계절 꽃이 피고 축제가 열린다는 상효원이다. 그러나 지금은 겨울의 중심인 시기 만발한 동백꽃이 축제로 열리는 곳이다. 상효원 입구부터 미로처럼 얽힌 길 화살표를 따라 가노라니 엄마의 정원이란 이름을 붙인 곳이다. 매화나무 터널이 꽃피울 채비에 바쁘다. 성미 급한 나무에 맺힌 꽃망울 벌써 연분홍 꽃잎이 하르르 떠는 가지를 배경으로 아들네 식구는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고 나는 동백꽃잎이 흩어진 나무아래서 붉디붉은 핏빛으로 뚝뚝 떨어지는 꽃송이를 애도하고 있다.

 

상효원의 설립자 이달우님이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만든 수목원이며 연중 아름다운 꽃 축제로 유명한 곳인 정원을 걷노라니 천상과 지상의 조화가 한데 어우러진 느낌이다. 왕겹 벚나무 길 끝에 넓은 잔디공원 350년 된 부부소나무가 서의 등을 기댄 채 연리지로 얽혀있는 모습은 현실속의 설화를 구현하는 천상의 풍경이다. 그 배경을 그네의자에 앉아 망연히 바라보는 이 시간은 지상에서 소비하는 한순간의 추억이다. 장엄하다 못해 신령스러운 부부소나무를 보며 곶자왈 다리를 건넌다.

 

▲ 상효원 부부소나무     © 시티뉴스

 

곶자왈은 자갈과 나무숲을 의미하는 계곡의 제주어로 그만큼 화산암과 풍부한 수림이 계곡을 이루는 곳이 많다고 보면 된다. 풍부한 숲 그늘이 경계를 벗어난 낭떠러지로 이어져있다. 바로 아래 민가가 보이는 지점이다. 일급수의 물과 상록수 소나무 군락의 천연계곡을 무상으로 누리는 제주민들이 부럽다.

 

약용식물원, 허브가든, 전망대, 만병초원을 비롯해 수십 만 평이 넘는 상효원이름붙인 정원과 휴식처만 수십 곳인 드넓은 곳 비자나무 숲길에서 뿜어 나오는 피톤치드향이 쉬어가라, 쉬어가라, 발목을 잡는다. 안락의자까지 놓인 숲이다. ‘맹종죽’이라는 대나무 아래 판다곰의 등에 올라탄 손녀의 모습도 내겐 세상에 제일 소중한 귀여운 강아지다. 하얀 수선화가 만개한 옆으로 담팔수가 아름드리 고목을 괴목으로 변신중인 가장 하늘과 가까운 정원을 한라산 산신령의 정기를 받는다는 ‘상효궤’가 지켜준다. 다음 행선지로 가기위해 516도로라는 이정표가 붙은 길로 나섰다.

 

서복 전시관

서귀포 칠십리길에 있는 서복 전시관이다. 정방폭포로 가는 길옆이다. 건물 지붕 앞면과 뒷면에 기원전 인물인 서복이 선발해 서귀포로 데려왔던 동남동녀 1000명을 상징하는 기와를 얹어 지은 전시관이 옛 궁전 같은 멋을 풍긴다. 서복(徐福)은 서불(徐市)로도 불리며 기원전 255년 중국 제나라에서 출생한 인물이라고 한다. 신선사상이 강한 서복은 점성술, 의학, 천문 등을 배워 중국을 통일한 후에 진나라를 세운 시황제에게 방사(方士:신선의 술법을 닦는 사람)로 발탁되었다. 이후 진시황의 명령을 받고 불로장생의 명약을 찾아 3000명의 대선단을 이끌고 동쪽섬인 제주에 도착했다고 한다.

 

▲ 서복 입상     © 시티뉴스

 

진시황이 찾는 불로초를 한라산의 옛 이름인 영주산에서 영지버섯 시로미 금강초 등의 약초를 구한 서복은 이곳 서귀포 앞바다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 정방폭포 암벽에 서불과지(徐市過之)라는 글자를 새기고 돌아갔다고 전해진다. 전시관 입구를 지키는 장군상은 실제로 진시황릉에서 도출된 장군상을 복제한 실물크기의 석상으로 이 장군상의 손을 만지며 소원을 빌면 승진한다는 설이 있다. 승진대로란 중국 시진핑 주석이 이곳을 다녀가면서 장기 집권하는 권력을 얻었고 이곳을 다녀간 그 외의 권력자들도 여전히 승진하는 추세라고 한다.

 

5000평의 공원에 전시관과 힘께 보고 즐기는 서복10경이 스토리텔링으로 구성되어 의미와 볼거리를 더해주는데 영상자료로도 당대의 상황이 묘사되어 뭉클한 감동으로 전해진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만리장성을 축조한 이야기 자신의 무덤을 37년간 만들고 분서갱유(焚書坑儒)로 대변되는 수백 명의 유학자들을 책과 함께 불사르고 파묻은 폭군이자 영웅인 진시황제가 죽어서도 불로장생을 꾀한 스토리는 전설과도 같은 중국역사의 궤적이다.

 

전시관 내부에는 진시황제 무덤에서 출토된 병마와 마차 가마가 당시의 복원상태로 전시되어 있다. 특히 서복이 불로초를 구하려고 3000명의 선단을 꾸려 500쌍의 동남동녀를 앞세우고 서귀포바다에 하선하는 미니어처 모형은 기이한 슬픔까지 불러온다. 구름에 얹힌 신선, 인간이었을 서복과 시황제의 이상을 그린 고색창연한 신선도가 근원을 모르는 인간의 슬픔처럼 느껴지는 것도 아마도 기원전(B.C전) 이라는 시대적 세월을 건너온 유물의 혼령이 아닐까

 

▲ 진시황릉 병마     © 시티뉴스

 

서복은 다시 황제의 명으로 불로초를 찾아 떠났으나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 땅에 정착해서 자신의 나라를 세우고 대륙의 청동기문화를 전수 발달시켜 지금도 중국 우리나라 일본에서 서복을 기리는 행사를 해마다 연다고 한다. 죽음을 무서워하며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제는 자신의 무덤에 병사와 수많은 무기까지 매장하며 죽어서도 불멸을 믿었던 황제였다. 서복이 서귀포 정방폭포에 새긴 글자는 고종14년대에 긴 밧줄을 내려 탁본을 떴는데 12자였다. 그러나 중국의 고대문자여서 해독이 어려웠다고 한다. 서귀포도 서복이 지나갔다는 의미로 그 후에 불러지기 시작한 지명이다.

 

서불과지의 탁본과 구름에 얹힌 서복 입상이 남쪽으로 용트림을 하는 용왕해송과 기묘하게 어울리는 곳 절기 탓에 볼 수 없었던 불로초를 심은 공원이 있는 바로 옆에 바다로 낙하하는 정방폭포의 울림이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들리는 이곳이야말로 진시황제가 그리던 이상향의 신선 터가 아닐까 그림 같은 서귀포 칠십리 정경을 내 스스로 명명한 <徐福不老圖>로 아름다운 제주가 품은 천상천하의 영화(榮華)를 보여주는 곳이다.


* 허정분: 시집 『벌열미 사람들』 『우리 집 마당은 누가 주인일까』 『울음소리가 희망이다』 『아기별과 할미꽃』 산문집으로 『왜 불러』 등이 있다. 한국작가회의회원, 너른고을문학회원, 2019년경기문화재단창작기금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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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14 [09:40]  최종편집: ⓒ 시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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