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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
<추경희가 만난사람> 봄 비 처럼 포근한 민복기 장애인복지관장
시인 추경희

바싹 마른 들판에 봄비가 내린다

하늘이 내려앉은 수면 위로 구름들이 나이테 같은 주름을 구기며 지나간다. 어정쩡하게 서있던 나무도 구름을 기미해 보지만 구름 사이에 짜놓은 시간들을 알지 못했나 보다. 입춘이 지난 이맘때면 손끝에 자리를 잡았던 보풀처럼 사방이 바스락거린다.   

 

방향을 잃은 지도위로 민낯바람이 건조한 오늘, 드디어 봄비가 내린다. 언 땅을 딛고 흩어지던 눈발들이 눈부신 아침 해살에 사정없이 맨살을 드러낼 때 머지않아 봄이 올 것을 알았듯이 기다리던 봄비는 바싹 바른 들판에 푸른 뼈대를 세운다.  

 

하남시장애인복지관 마당에도 봄이 왔다.

푸석하게 들떠있던 겨울을 밀쳐내며 복지관 마당에도 겨우내 튼 살을 보이던 풀 섶이 봄비를 맞는다.   

 

하남시장애인복지관장 민복기, 그를 알고 지낸지도 20여년이 되어간다. 그는 봄비를 닮았다. 입춘이 지나도 꽃샘추위가 시샘을 할 때 토닥토닥 위로를 해주는 봄비 같은 사람, 그래서 그를 만나는 시간이 소중하다. 그의 사무실에는 먼저 와서 자리를 잡은 봄기운이 따스하다.  

 

 “복지관이 멋져요. 민관장님이 부임한지 2년이 채 안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복지관이 엄청난 성장을 한 것 같아요.”

“2017년에 하남시청과 한국장로교복지재단 위. 수탁체결이 시작입니다. 기간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 기본적인 생각이나 개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복지관 기본은 소통과 섬김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마음이 우선입니다.”

 

 “소통의 의미는 어떤 것인지요?”  “누구나 혼자서는 살수 없듯이 이곳은 장애인들과 시민들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복지관이 이렇게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장애인분들과 하남시청, 한국장로교복지재단과 운영교회인 동부제일교회, 유관단체, 시민들과 직원들의 진심어린 관심이 바탕이 되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섬김이라는 것은 결국 배려하는 마음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복지관과 연관된 저와 직원뿐만 아니라 봉사자와 단체 등 모든 분야에서 겸손한 자세로 임할 때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진정한 마음이 생성된다는 가르침이 섬김입니다.”     

 

▲ 민복기 관장     © 시티뉴스

 

멀고 가까움은 마음 안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 멀고 가까움은 마음 안에 있는 것이다. 예전에 읽었던 시 한편에 숨어 있던 진실, 너와 나의 거리는 오랜 인연이 바탕이 되고, 상대에 대한 그대로의 시선과 나로부터 시작되는 겸손함이 더해질 때 기쁨은 배가 되고 둘의 간격은 좁혀진다. 이웃들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란 경계에서 바라보는 시야에서는 우리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평행선만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복지업무를 지속적으로 해 오신 걸로 알고 있어요.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나요?”

“중증장애로 살다가 스물넷에 돌아가신 큰형이 있었습니다. 저에겐 아픔으로 남아있습니다. 형의 삶을 통해 장애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는 여건 등은 억지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생활화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제가 태어난 곳은 경상도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서른 세 가구가 살았는데 마을에 120여년 전통을 가진 교회가 있어서 주민 대부분 교인들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이웃에 대한 사랑과 배려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던 것도 작은 마을교회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문득 봄이 오는 것이 아니다.

봄은 눈을 뜨면 내 옆에 와있는 손님 같은 존재가 아니다. 거저 샛노랗게 개나리가 피고 화들짝 진달래가 피어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어쩌다 눈에 들어오는 장날 풍경도 아니다. 낮달처럼 피어있던 겨울 꽃 속으로 봄비가 내리면 잔설 녹을 때 까지 기다려주던 겨울의 끝자락이 본연으로 돌아가고 침묵의 소리를 듣는 기다림의 미학이 봄이다.  

 

“관장님 직업에 전환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이 들어요.”

“저는 예전에 재직했던 사회복지공무원에서 지금 장애인 복지관 관장으로 신분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맡아서 했던 사회복지업무의 연장선에 지금 서있다고 여깁니다.”

 

 “한결같은 마음이군요.”  

“예 맞습니다. 복지업무는 어디서든 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주어진 업무 향상을 위해 배우고 노력하는 차이점이 다소 있을 뿐입니다.”  

 

“이곳 복지관에 오시기 전 활동에 대해서 궁금해요.”

“2008년에 덕풍2동 총괄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사회복지강사로 겸업을 했었습니다. 그 후 서라벌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장애인생활시설인 ‘지게의 집’에서 1년간 원장으로 잠깐 있었고, 영락노인전문요양원에서 원장으로 7년간 근무하고 2017년에 이곳 하남시장애인복지관장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과 교수직, 복지관 관장, 모두 사회복지시설과 연관된 일이라는 점에서 업무의 연장선이라는 말씀이 이해가 되네요.”

 

열정도 독백 속에선 메아리에 불과하다

하루 천여 명 이상이 이용하는 하남시장애인복지관, 이곳에 오면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 생각난다. 그렇다. 이 세상 어떤 아름다운 꽃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흔들이며 살아가고 줄기를 세우고 바람에 흔들리고 꽃망울을 틔운다.  

 

장애인복지관은 이용자들에게 나침반 같은 공간이다. 기획운영지원팀, 평생교육지원팀, 가족문화지원팀, 통합기능지원팀, 지역복지인권지원팀, 직업재활지원팀, 주간보호센터, 나누美카페 모두 나눔을 소명으로 여긴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샤르트르의 말은 인간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현재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열정도 독백 속에선 메아리에 불과하다. 누군가와 함께 할 공간이 있고 나눔이 이루어지는 마음이 공존하는 현실만이 생활이기 때문이다.  

 

▲ 추경희 시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민복기 관장     © 시티뉴스

 

그는 장애인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하남시장애인복지관장 민복기, 그는 현재 하남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으로, 400여명의 하남시사회복지사들의 대표로, 사회복지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에도 앞장섰다. 또한 동원대학교 사회복지과 겸임교수로 10여 년 전부터 야간에 출강하며 제자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봄비는 대지만을 깨우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에도 고물거리는 봄강의 숨소리를 전해준다. 그는 겨우내 움츠려있던 언 땅에 녹녹한 흙냄새를 만들어 주는 봄비처럼 어려운 이웃에게는 포근한 상담자로, 따스함을 이어주는 중개자로, 마음을 화합해 주는 중재자로, 어려움을 덜어주는 조력자로, 그렇게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그는 넓은 내면을 지녔다. 봄비는 조용하다. 그리고 가만히 빗소리를 가슴에 담아보면 긴 겨울을 보내고 찾아온 생각의 깊이가 느껴진다. 그래서 그가 있는 하남시장애인복지관 마당에 내리는 봄비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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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2/27 [14:21]  최종편집: ⓒ 시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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