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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행동
<연재> 유병상 논어편지...군자는 말만 앞서는 소인과 다르다-35
유병상
사람이 동물과 특별히 구별되는 것 중의 하나가 ‘언어’ 즉, 말이라는 것은 당연하겠지. 물론 동물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도 자기들만의 소통이 되는 특별한 언어라고는 하지만, 사람의 언어와는 다르겠지. 그런데 너무 ‘말’이 많아서 탈이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소리’니 ‘말 같지도 않다’느니 ‘말만 앞세운다’느니 등의 말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믿을 信(신)’자가 만들어진 원리를 보면, ‘사람(亻(인)’과 ‘말(言(언)’이 합쳐져서  ‘믿을 信(신)’다사 만들어졌다. 말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한자가 아닐까 한다.
 
‘言行一致(언행일치 : 말과 행동이 하나가 됨)’라는 사자성어를 가슴 깊이 새겨 생활의 지표로 삼는 것도 말과 행동의 일치를 위해서 좋은 글귀가 될 것이다.  공자는 뭐라고 했을까?
 
子曰 君子는 欲訥於言而敏於行이니라.

“공자가 말하였다. 군자는 말하는 데 있어서는 어눌하게 하고 행동하는 데 있어서는 민첩하게 한다.”
 
‘군자(君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래도 ‘논어’에 대한 구절을 공부했으니 군자라는 말뿐만 아니라 군자의 행동에 대해서도 따라가야 하리라 생각한다. 옛 선인들은 그래서 말씨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에 늘 조심하고 조심했단다. 왜? 군자다워야 하니까.
 
‘欲訥於言(욕눌어언)’은 ‘말(言)하는 데 있어서(於) 어눌하게(訥) 하려고 한다(欲)’고 풀이된다. 말을 어눌하게 한다는 것은 ‘말을 조심한다’는 뜻이다. 어눌하다는 말은 ‘떠듬떠듬 말을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평소에 말을 더듬는다는 뜻은 아니다. 한자의 뜻을 풀이해보자.
 
‘하고자할 欲(욕)’자는 ‘〜하려고 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조동사의 구실을 한다. 그래서 다음에 나오는 동사의 풀이를 돕는단다. 보통은 ‘욕심 慾(욕)’자와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그래서 무엇을 얻거나 바랄 때 ‘欲求(욕구)’는 ‘慾求(욕구)’와 같이 쓴다. ‘慾望/欲望(욕망)’ ‘慾心/欲心(욕심)’ ‘意慾/意欲(의욕)’ 등도 마찬가지다.
 
‘말 더듬을 訥(눌)’은 뜻 그대로 쓰인다. ‘말씀 言(언)’이 뜻을 나타내고 ‘안 內(내)’가 음을 나타내어 이루어진 한자다. 그래서 ‘말 더듬다’의 뜻과 ‘내’라는 음이 ‘눌’로 변해서 만들어진 한자다. 위에서 말한 ‘語訥(어눌)하다’는 말을 뜻한다. 그래서 말을 잘 하지 못할 때 ‘訥辯(눌변)’이라는 어려운 낱말이 있다. 비슷한 말로 ‘訥言(눌언)’이라는 낱말이 있다.
 
‘어조사 於(어)’는 여러 번 설명했다. 여기서는 ‘〜에’의 뜻으로 쓰였다.
 
‘말씀 言(언)’은 ‘말하다’의 뜻으로 ‘言及(언급)하다’ ‘言論(언론)’ ‘言約(언약)’ ‘言語(언어)’ ‘發言(발언)’ ‘宣言(선언)’ ‘證言(증언)’ 등과 같이 쓰인다. 평소에 많이 쓰이는 낱말이니 그렇게 어렵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위에 든 낱말에 있지만 ‘말씀 言(언)’을 부수로 해서 쓰이는 한자는 대개 ‘말’과 관계되는 한자로 보면 된다.
 
‘而敏於行(이민어행)’은 ‘그리고(而) 행동에(行) 있어서(於)는 민첩하게 한다(敏)’로 풀이된다. 이 문장에서는 ‘하고자 할 欲(욕)’이 앞에 나왔기 때문에 ‘민첩할 敏(민)’자 앞에 생략된 형태에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반드시 민첩하게 한다는 의미보다는 ‘민첩하게 하려고 노력하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민첩할 敏(민)’의 ‘敏捷(민첩)하다’는 낱말 자체가 한자어다. 우리말에는 이렇게 한자말이 많음은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소리글자인 우리말이니 당연히 뜻을 나타내려면 뜻글자인 ‘한자’를 빌어쓸 수밖에 없단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재빠를 敏(민)’ ‘빠를 捷(첩)’이라고 풀이하면 된다. 감각이 예민할 때 ‘敏感(민감)하다’고 하지. ‘銳敏(예민)하다’고 하면 아주 지나치게 날카롭게 반응할 때 쓰는 말이다. ‘날카로울 銳(예)’자가 있으니까. 한자를 알면 이렇게 쉽게 낱말의 뜻을 알 수 있는 것은 당여하겠지.
 
‘행할 行(행)’자는 ‘행동하다’는 뜻이다. ‘행할 行(행)’도 앞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行動(행동)’ ‘行爲(행위)’ ‘行事(행사)’ ‘行政(행정)’ ‘苦行(고행)’ ‘實行(실행)’ ‘修行(수행)’ 등의 낱말에 아주 많이 쓰인다. ‘행할 行(행)’자는 또 ‘항렬 行(항)자로 쓰인다고 했다. 중국어에서는 ’좋다‘는 의미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싱’이라고 발음한다고 했다. 그래서 ‘좋으냐 좋지 않으냐’를 중국어로 하면 ‘行不行(싱뿌싱)’이라고 한다.
 
이제 원문을 다시 보면서 마무리하자. “君子 欲訥於言而敏於行(군자 욕눌어언이민어행)”은 ‘군자는 말을 하는 데 있어서는 어눌하려고 하지만 행동하는 데 있어서는 재빠르게 하려고 한다.’는 말이다. 말보다 행동이 앞선다는 뜻이다. 말을 쉽게 하지 않으니 떠듬떠듬 하면서 조심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행동에 옮길 때는 아주 재빠르게 하지. 왜? 군자는 말만 앞세우는 소인과는 다른 사람이니까.
 
속담에 ‘입으로 떡을 하면 조선 사람이 다 먹는다.’고 했다. 입으로야 무슨 말인들 못하겠니.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면서 ‘내가 너희들 때라고 하면 공부해서 1등하겠다’고 장담을 하는 허풍을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도 제대로 하지 않는단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 ‘군자’는 바로 그런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래서 옛 선인 중에 이 구절을 따서 자신의 호(號 : 이름 이외에 부르는 호칭)로 삼은 분이 있단다. 눌재(訥齋) 박상(朴祥)이라는 분이다. 말보다 행동을 앞서겠다고 호를 그렇게 지었단다. 혹시 고려시대 때 유명한 스님인 보조국사 지눌(知訥)스님을 아는지 모르겠다. 마찬가지로 ‘말 더듬을 訥(눌)’로 법명(法名 : 불교에서 부르는 이름)을 삼았다. 이제 말만 많은 사람은 ‘소인’임을 알겠지? 자 그러면 다시 한 번 새겨두자. ‘言行一致(언행일치)’. 말보다 행동을 앞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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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5/08 [08:54]  최종편집: ⓒ 시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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